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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법원] 행정심판 앞두고 평정심 유지하는 법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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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진 기자 작성일2021-09-23 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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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런 법이] “세상에 이런 법이 어딨어.” 우리가 자주 하고 듣는 말. 네, 그런 법은 많습니다. 변호사들이 민형사 사건 등 법 세계를 통해 우리 사회 자화상을 담아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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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년 7월 서울시청 앞에서 열린 중앙행정심판청구 기자회견.

[국정일보 엄기철기자]아주 사소한 조언을 드립니다. 생업에 몰두하다 불이익이 되는 행정처분을 받을 수 있습니다. 행정심판위원회 또는 특별행정심판기관에 출석하여 억울함을 호소해야 한다면, 평정심 유지에 도움이 될 만한 정보를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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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한나절은 비워놓고 기다릴 수 있어야 합니다. 오후 2시로 출석 통보를 받았더라도, 4시가 지나도록 차례가 오지 않을 수 있습니다. 언제 부를지 모릅니다. 좁은 대기실에 자석처럼 붙어 있어야 합니다. 정시에 시작하지 않는 ‘코리안 타임’은 사라진 옛말, 흘러간 구습이 아닌지, 사건별로 시차를 두고 시간을 정하면 위원회 운영은 번거로워도 그만큼 시민들의 시간은 아낄 수 있지 않을지, 마냥 기다려도 불만을 표하기 어려운 아쉬운 처지에 있는 청구인들의 시간이라 쉬이 무시되는 건 아닌지…. 이런 합리적인 의문은 특히 금물입니다. 기다림이 더욱 처량해질 뿐입니다. 마지막 20분 동안에는 심판정 문 앞에 우두커니 서 있게 됩니다. 막 상정된 사건에서 내부 토론이 끝나는 대로 쏜살같이 입장해 위원님들의 시간이 낭비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제도의 주인이 누구인지 돌아보는 데에서 시작


입장 직전의 순간, 더 큰 난관에 봉착할 수 있습니다. 어떤 위원회에서는 전자기기 소지가 모두 금지됩니다. 사건기록, 각종 증거와 주장, 메모를 담은 노트북, 태블릿 PC도 예외가 아닙니다. 미리 고지하지 않은 채 금지하면 부당한 심판청구권 제한이 아닌지, 법원이나 다른 위원회와 달리 왜 여기에서만 금하는지, 원본 자료가 전자파일로 송수신되는 현실에서 모두 종이로 사본을 출력해야 한다는 뜻인지…. 미주알고주알 따져도 소용없습니다. 내부규정에 따라 제한되며, 출입을 점검하는 담당자 자신은 아무런 재량이 없다는 답변을 듣게 될 뿐입니다. 대기실에서 본, 해당 행정기관 관련 종이신문 기사를 하나씩 정성스레 오려 붙인 스크랩을 떠올리며, 이 기관의 종이 사랑이 각별할 뿐 다른 악의는 없다고 이해해야 합니다.

더 넘어야 할 고비가 남았습니다. 유난히 화가 난 한 위원님이 호통을 쳐도 흔들리지 않아야 합니다. 혼잣말인지, 설마 반말인지, 제출한 서면과 증거는 모두 살펴본 질문인지, 다 인정할 수 없다는 훈계인지, 구술 자료가 담긴 태플릿 PC를 잃고 어눌하게 이어가는 주장이 그저 싫은 건지, 무례에 무너지지 않기를 바랍니다. 압박 면접이라는 명분으로 선 넘은 모욕에도 무력한 취준생이 입은 마음의 상처처럼 깊게 베이지 않아야 합니다.

이상 하찮은 정보였습니다. 하루바삐 완전히 쓸모없는 정보가 되길 바라는 마음도 함께 담아 말씀드렸습니다. 과거 법원에서도 재판 시간을 듬성듬성 정했습니다. 법정 안에서 서로 순서를 정하는 손가락 팬터마임이 펼쳐졌습니다. 한번 밀리면 한참을 기다렸습니다. 요즘은 사건마다 시간이 특정됩니다. 두꺼운 종이기록 없는 전자소송이 정착돼 발걸음이 가벼워졌습니다. 진행도 한결 부드러워지고 있습니다. 우리 시민사회와 언론의 관심과 견제가 큰 몫을 했습니다. 행정심판제도에도 애정 어린 관심과 건강한 견제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기차역 ‘표 파는 곳’ 안내판이 ‘표 사는 곳’으로 바뀌는 것처럼, 제도의 주인이 누구인지 돌아보는 데에서 변화가 시작되길 소망합니다.

박성철 (변호사) editor@sisain.co.kr


[국정일보 엄기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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