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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아베, 세계 경제전쟁으로 도발하고 있다
"최규환 경북주재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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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일보 기자 작성일2019-08-13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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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5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우리는 이번 일을 냉정하게 자신을 돌아보고 대한민국을 새롭게 도약시키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며 일본의 무역 보복을 극복하는 데만 그치지 않고,일본 경제를 넘어설 더 큰 안목과 비상한 각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팽팽한 긴장감이 감돈다. 흡사 전쟁 전야 상황을 연상시킨다. 파국으로 치닫는 현재의 한·일 관계의 끝은 어디일까. 이러다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 파기와 외교관계 단절까지 가는 건 아닐까.

 

‘영원한 이웃’일 수밖에 없는 한·일 양국이 서로를 적대시해도 한반도 안보 환경은 괜찮은 것일까. 우리나라에 수출규제 조치를 취하는 일본이 지난 1일 한국을 화이트 리스트 대상에서 제외하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각의에서 처리했다.

 

개정안이 처리되면 아베 신조 총리의 서명을 거쳐 8월 하순께 시행될 전망이다. 화이트 리스트에서 한국이 제외되면 일본 기업이 한국으로 수출할 때 식품, 목재를 제외한 거의 전 품목에서 개별 허가를 받아야 한다. 새로운 조치를 적용받는 품목은 857개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우리 기업이 일본 제품을 수입하려면 서약서를 비롯한 추가서류를 내야 하는 등 절차가 복잡해지는 데다 일본 정부는 자의적으로 수출을 불허할 수도 있기 때문에 한일 간 원활한 무역은 어려워진다.

 

양국에서 나타나는 징후들은 예사롭지 않다. 특히 피해국인 우리나라가 그렇다. ‘가지 않습니다. 사지 않습니다’ 캠페인은 확산 일로다. 의류업체 ‘유니클로’와 아사히 맥주 등 일본 제품 불매운동은 일본산 원료를 사용하는 품목들까지 확산되는 추세다.

 

여행객 감소로 국내 항공사의 일본 노선이 축소되거나 중단됐고, 뱃길도 위태로운 상태다. 일본 영화 개봉은 연기됐고, 항일 영화는 흥행 중이다. 도심에서의 아베 규탄집회도 잇따르고 있다. 다음주 광복절엔 광화문광장에서 대규모 반일 집회가 열린다.

 

가해자인 아베 정권의 일본 국민들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일 것 같다. 한국의 화이트리스트 배제를 결정한 날 닛케이 평균주가는 전날보다 2.11%나 빠졌다. 올해 하락 폭 기준으로 두 번째로 컸다.

 

예전 같으면 한국 여행객들로 북적거리던 성수기인데도 오사카 등 유명 관광도시들은 썰렁한 분위기라고 한다. 매출액이 떨어진 숙박업체와 음식점 관계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는 소식이다. 파장은 더 확대될 전망이다.

 

아베 정권의 보복 조치로 한국 기업들이 타격을 받고 있으나 문재인정부가 일본의 화이트국가 배제 카드에 맞불을 놓으면 일본 기업들 역시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폐기 가능성도 있다. 악화일로다.


우리 정부는 최근 이런 방침의 철회를 요구하는 의견서를 전달하는 등 상황 악화를 막기 위해 애쓰고 있지만 일본의 입장은 아직 수그러들 줄 모르는 형국이다. 이러한 사태까지 이른다면 우리의 주요 산업은 타격을 받을 것이 분명하다. 일본이 이 점을 노리고 강경 입장을 고수하는 것일 수 있다.

 

일본이 반도체 부품 제조기술을 이용해 정치적 문제를 해결하려 하는 것은 대단히 잘못된 일이다. 우리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에 불만이 있다면 그것대로 대화와 외교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 경제 분야로 확전을 하는 것은 명분도 없고 신뢰 훼손을 자초하는 일이다.

 

이 문제로 세계 경제에 혼란을 준다면 앞으로 누가 일본을 자유무역 국가로 평가해줄 것인가. 한국뿐 아니라 일본의 주요 언론매체들까지 대화를 촉구하는 것에 귀 기울여야 한다. 아베가 오부치 게이조 전 총리를 본받았으면 한다.

 

오부치 전 총리는 1998년 10월 도쿄에서 김대중(DJ) 대통령과 ‘21세기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을 채택했다. 한·일 외교사에서 가장 균형 잡힌 문서로 평가되는 이 선언에서 그는 “식민 지배로 인해 한국 국민에게 다대한 손해와 고통을 안겨줬다는 역사적 사실을 겸허히 받아들이며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를 한다”고 했다.

 

 자민당이라는 일본 보수 주류 총리가 ‘한국’을 언급하며 한국 대통령 앞에서 사죄한 것이다. 무엇보다 DJ가 한반도 주변 강대국들과의 외교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던 점을 되새겨야 한다. DJ는 치밀한 전략과 통찰력으로 미국, 일본, 중국, 북한과의 외교에 두루 공을 들였다.

 

그 결과 입김이 강해졌다. 그런데 지금 문재인정부의 외교는 시쳇말로 ‘동네북’ ‘샌드백’ 신세다.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북한에 걸핏하면 얻어맞는다. 미국은 물론 중국도 한국보다 일본을 중시하고, 미국과 찰떡공조를 자랑하는 일본은 한국보다 중국을 우선시하는 탓이다.

 

시중엔 ‘이러니 호날두마저 한국을 얕본다’는 우스개가 나돈다. 외교 전반을 재점검할 때다. 특히 대일 외교를 바로잡아야 한다. 우리나라는 지정학적 요인으로 인해 한·미·일과 한·중·일이라는 두 개의 삼각틀을 단단히 다지는 게 중요하다.

 

일본과의 원만한 관계가 필수다. 미국, 중국 나아가 북한을 움직일 수 있는 지렛대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DJ처럼 문재인정부도 일본의 변화된 모습을 올바르게 평가하는 등 햇볕정책, 포용정책을 폈어야 했다.

 

일본은 이번 수출 규제와 화이트리스트 배제에 대해 오래전부터 치밀하게 준비해온 것으로 판단된다. 그 이상으로 냉정하게 대응하는 것이 단기적으로 이번 사태를 극복하고 장기적으로 국가 경쟁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키는 갈이다. 또 현재의 시련을 이겨내려면 국민통합이 절실하다. 친일파 프레임은 통합을 해친다. 더욱이 광복 70년이 훌쩍 넘었다. 친일파 프레임, 박물관에 보낼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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